어떤 대기업에서 신사업을 시작했습니다!
2024년 저는 상당히 유명한 대기업의 신사업 팀과 미팅을 하였습니다.
저는 이 분들에게 저희의 기술을 설명해줬지만,
이 분들은 저희 기술이 왜 이 사업 분야에 필요한지 저에게 질문을 하였습니다.
잠깐 머리를 얻어맞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지만,
마침 미팅 시간이 종료되어, 자리를 나섰습니다.
유명 대기업의 신사업 추진 task force인 분들이 "대체 이 산업 분야를 아는 게 맞나?"
라는 생각이 들었고,
애초에 이 분야의 데이터를 다뤄본 적도 없는 것이란 확신이 들었습니다.
회사에서 신사업을 시킬 때는 분명
중책을 맡긴 것일텐데,
단순히 전략 기획팀 직원을 차출해서
팀을 꾸린 것이라는 강한 의심이 들었습니다.
전공이 아닌 기술 분야에 투입이 된다면, 당연히 그 분야에 대한 전문성이 없을 것이고,
이런 사람들이 특정 기술 분야에서 신사업을 하면,
사기꾼을 감별하는 능력이나 시장을 파악하는 능력은 없기 때문에,
십중팔구 실패할 것입니다.
물론, 돈이 많은 회사라 신사업이 잘 안 되어도, 회사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후배 몇 명이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제가 사업 시작하는 것을 말렸던 한 후배는 벌써 회사가 망했고,
한 후배는 자신의 전 직장 대표로부터 엔젤 투자를 받아 사업을 시작하였습니다.
제가 후배에게 본인 법인이어도, 받아야 할 월급은 정당하게 잘 받아야 한다고 했더니,
한사코 사양하면서
자신은 회사를 위해 본인을 희생하겠다는 답을 했습니다.
패기와 노력은 가상하지만,
똑같은 방식으로 사업을 했던 경험으로 보아,
받은 급여가 너무 적어서, 다양한 지원 사업 신청 시
대표자의 현물 자부담금 산정 기준조차 손해를 볼 것으로 보입니다.
대부분의 창업 지원 사업은 기준년도 1년 전의 총 급여액을 기준으로 투입 인력의 현물 부담액을 산출하는데,
대표자의 월급이 너무 적으면,
대표자가 사업 기간 내내 열심히 일하고 회사에서 아무런 돈도 안 가지고 가도,
가져간 돈만큼만 투입 사업비로 산출되기 때문입니다.
즉, 열심히 일 해도, 자부담금을 맞추기 위해, 돈을 더 써야 한다는 것입니다.
처음에 사업을 시작하고, 60만 원 정도를 받다가, 몇 년 정도 최저 임금을 받았던 것을 생각하면서,
후배가 저렇게 몇 년을 지내면,
아마 몇 년이 지나면 본인이 취업해서 모을 수 있는 자산의
1/10도 못 모을 것이란 걸 알지 못하는 후배에게 큰 행운이 따라서,
성공이 있길 기원합니다.
그렇다면, 후배의 직장 대표였던 엔젤 투자자는 어떻게 돈을 모았을까요?
후배가 재직했던 회사는 영업 이익을 한 번도 낸 적 없는 투자금이 아주 많은 회사입니다.
이 회사의 연간 영업 손실은 아래와 같은 뉴턴의 법칙을 따르는 그래프의 형태를 이루고 있습니다.
회사의 업력에 따라, 영업 손실은 중력의 영향을 받는 자유 낙하 물체처럼 불어나지만,
이 회사는 끊임없이 투자금을 수혈하고 있습니다.
회사가 수백 억 원 이상의 돈을 까먹는데도,
투자를 받고 또 받고 하다 보면,
이해 관계가 얽힌 투자자들은 결국 구주를 사고 팔게 됩니다.
회사가 한 번도 흑자가 난 적이 없는데도,
결국 대표이사는 초기 투자자들과 함께 자신이 가진 지분을 엄청난 값에 넘기고,
회사는 한 번도 이익 잉여금을 쌓은 적이 없음에도 돈방석에 앉습니다!
이제 이 돈으로 사회 초년생이 세운 회사에 엔젤 투자도 하면서
사업을 하는 대표들에게 훈수도 두고,
외부 강연에서 성공한 대표로 강의도 하면서,
본인 회사가 망해도, 본인의 재산은 이미 넉넉해진 상태가 됩니다.
똑똑한 사람은 돈을 번다는데, 그 말은 이런 상황에서 쓰이는 것 같습니다.
미국에서 가장 코딩을 잘 하는 컴퓨터 전공자들은 주로,
졸업을 하고 뉴욕으로 갑니다.
Jane street, Citadel 등 유명 퀀트 펀드들의 보수는 상상을 초월하며,
여기서 일 하는 리서쳐와 엔지니어들은 많은 보상을 받습니다.
아는 분들 중, 대한민국에서 가장 코딩을 잘 하던 분들 몇 분도 현재
암호화폐 퀀트 펀드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 분들은 미국에서 학위를 받았지만,
미국의 빅테크보다 퀀트 펀드가 더 많은 연봉을 보장해주었습니다.
머리가 좋은 분들이 돈을 버는 방법을 보면서,
제가 할 수 있는 것,
그리고 제가 할 수 없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았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저는 Jane street에 갈만한 머리나 능력은 없는 것으로 생각되고,
멍청한 사람에 가깝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럼에도 아직, 제가 하는 일에 믿는 구석이 있어서 계속 이 일을 하는 중이며,
지금은 돌아가신 지도 교수님이 하신 말씀을 기억하고자 합니다.
"모든 일에는 의미란 것이 있고, 사람들이 아무리 하찮게 생각하는 일과 행동에도 우주가 담겨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