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류는 거짓말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삼류의 삶은 꽤 편할 수 있습니다.
아주 오래 전, 경험이 없던 저에게 멘토링을 하고, 데모 데이 심사를 하던 대표가 있었습니다.
저보다 먼저 사업을 시작하기는 했지만,
이 대표는 6년 째, 투자금과 R&D 지원금 등을 갉아먹으면서,
매년 옴니스랩스 주식회사보다도 적은 매출액을 올렸지만,
어디서 돈이 나오는 것인지 잘 살아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대체 누가 누구를 가르치려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 어디선가 누군가를 또 훈계하고 멘토링 비용 등
돈을 받고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일반적인 창업 지원 사업 등에 등장하는 멘토, 사업가들 중 안정적인 재무 구조를 만들어낸 대표들은 별로 없습니다.
애초에 성공한 회사의 대표님들은 그런 지원 프로그램에 본인 시간을 내서 나오기가 힘들고,
이미 은퇴를 한 경우도 있고,
행사를 진행하고 멘토들을 모으는 일부 사기꾼들과는 잘 어울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2019년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의 지원을 받아, 미국 서부에 출장을 간 적이 있습니다.
개인 시간이 날 때, 버클리에 넘어가서 액셀러레이터를 만난 적이 있는데,
그 당시 해당 AC의 포트폴리오 회사에 대해 들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 이후, 모든 것을 까먹고 몇 년이 지난 후,
어떤 행사에 참가했을 때,
수백 억 원의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이 나타났습니다.
무슨 일을 하는 회사인지,
해당 행사가 너무 소란스러워서 그 회사가 하는 일을 찾아봤습니다.
거창한 언론 보도가 무수히 많이 있었고,
그런 기사에는 관심이 없지만, 이런 기사가 눈에 띄었습니다.
동아리에서 만난 동문들끼리 큰 뜻을 품고 창업을 했다
근데 이 회사의 제품과 기술
어디서 본 적이 있는 것 같았습니다.
아 맞다 그 때 미국에서 봤던 그거!
10년도 더 전에 미국에서 설립된 유니콘 스타트업이 만든 걸 똑같이 따라 만들면서,
자신이 하는 일들을 대단한 일인 것처럼 포장하는 이 분들에게
한국말로 "염치"라는 단어에 대해 알고 있는지 묻고 싶었지만 조용히 자리를 떠났습니다.
물론 카피캣 비즈니스는 미국에서 검증이 된 것이기 때문에, 한국에서 아주 편하게 투자를 받을 수 있습니다.
작년에 엄청난 돈을 투자 받은 회사가 있습니다.
이 회사가 거짓말을 하는 것은 이미 동종 업계에 있어서 잘 알고 있으며,
저희 회사에 OEM 등을 요구하며
기술을 자신들의 것으로 포장하려는 국내의 많은 회사들 중 하나라,
재작년에 저에게 직접 연락이 왔을 때에도 연락을 받지 않고 차단하였습니다.
차라리 본업을 열심히 하겠다는 명목의 인터뷰나 보도 자료를 내거나,
아니면 본업에서 성과가 나타났다는 식으로 보도 자료를 냈다면,
이해가 됐겠지만,
이 회사는 자신들이 모든 것을 하고, 엄청난 수출 성과를 내고 있다고 예전부터 거짓말을 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이 회사에는 제품 자체가 없습니다.
최근 지인이 이 회사에 대한 문의를 해서,
새로운 보도자료를 확인해보니,
점점 더 크게 거짓말을 하면서,
사업과 사업 영역을 부풀리고 있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이런 회사들은 어떤 시점까지는 이상한 방식으로 매출액을 확대할 수 있지만,
그 이후부터는 매출을 더 내기가 힘들고,
신사업으로 돈을 벌겠다고 보도 자료와 IR 자료를 뿌리면서,
남의 돈을 더 받아냅니다.
이 다음, 더 이상 적자를 메꿀 방법이 없으면,
상장을 해서 개인 투자자들에게 폭탄을 넘기고 도망갑니다.
다행인 점은, 투자 심리가 전보다 좋지 않고, 상장 요건이 강화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과거에 만난 몇몇 투자자나 창업지원사업 심사 위원들은 제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돈을 그래서 얼마 벌었나요?"
"그래서 사용자가 몇 명인가요?"
"회사 영업이익 혹은 매출액은 얼마인가요?"
그리고, 그 이야기에 답을 하기 위해 최선을 다 해오면서,
막상 매출액을 높이거나,
사용자를 늘리더라도,
이들이 하는 답은 항상 부정적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때 만난 투자자들이 요즘 어떻게 살고 있나 확인을 해봤습니다.
포트폴리오 회사들 중 잘 되는 회사는 거의 없고,
옴니스랩스 주식회사보다 매출이 낮거나
아예 없어진 회사들도 보였습니다.
결국 이 투자자들은 자신들이 투자한 회사에는 한없이 너그럽고,
자신들이 관심이 없는 회사에는 한없이 엄격하며,
자신들이 투자한 회사가 아닌 작은 회사는,
기술이나 아이디어를 약탈해서 자신들의 포트폴리오 회사에 먹이로 던져줘야 할,
사냥감으로 바라본다는 사실을 조금 늦게 깨달은 것 같습니다.
어릴 적 공부를 할 때는,
열심히 공부해서, 시험 문제를 맞추면 그 점수대로 평가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적어도 대학생 때까지는 그 평가 시스템이 작동했지만,
졸업을 하고 사회에서 일을 하고, 사업을 하다보니,
사람의 삶은 교과서에서 배운 대로, 혹은 노력 여하에 따라
정해지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오히려, 이중 잣대가 삶을 더 편하게 만드는 경우도 많았으며,
사람들은 필요하다면, 이중, 삼중, 혹은 그 이상의 잣대와 고무줄같은 기준,
거짓말을 하는 데 익숙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그 거짓말과 위선에 대해 판별하는 안전 장치나 제도,
사람들의 판단력 역시 고장나 있으며,
이런 세상에서 작은 회사를 해나가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습니다.
다행인 점은, 스타트업 버블이 금리 상승으로 인해 꺼지고,
사기꾼들도, 위선자들도 큰 성공을 하지 못 했고,
최근에는 상장도 조금 더 까다로워졌다는 점입니다.
아마 사기꾼들이 더 승승장구하는 사회를 봤다면,
조금 더 좌절감이 심했겠지만,
그런 일이 생기지 않아 좌절감은 별로 느껴지지 않습니다.
아직 남아있는 시간과 자원,
그리고 튼튼한 두 손과 두 눈으로
2류 인생 정도는 살아보기 위해 힘을 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