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칠기삼
1년 전, 저는 한 상장사에 전략적 협력 및 투자를 문의한 적이 있습니다.
해당 회사의 대표님은 대단한 워커홀릭이지만, 협력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로부터 거의 1년의 시간이 지난 이후,
한 전시회 참가 도중, 이 대표님을 알고 계신 다른 회사의 대표님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해당 전시회에서 저는 저희가 해당 회사와의 협력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그 회사가 왜 과거에 다른 상장사의 투자를 받았는지 문의를 드렸습니다.
그러자 이런 답변을 해주셨습니다.
"그 회사는 계속 돈이 없던 회사라 투자를 받고 지분을 넘기면서 버틸 수밖에 없었다."
이 이후에 회사가 망했을 수도 있지만, 기적적으로, 이 회사는 상장을 하였고,
현재 이 회사는 영업 이익률이 50%에 이릅니다.
2023년 11월, 저는 존경하는 선배님들과 술을 마신 적이 있습니다.
한 분은 한국 벤처 창업 1세대로,
창업을 다섯 번 하시고 2번을 성공, 3번을 실패하셨습니다.
당시 저는 투자 유치에 실패하고,
부채가 하나도 없는 옴니스랩스 주식회사를 폐업할지,
혹은 겨우 갚아낸 빚을 다시 뒤집어 쓰고 더 버틸지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단도직입적으로, 이 분들께 고민에 대한 답을 구하자, 선배님들은 껄껄 웃으셨습니다.
그리고, 5번 회사를 차리셨던 선배님은 이렇게 답변하셨습니다.
"모든 건 결과론적이지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니야. 30년 넘게 사업을 하고, 5번 해서, 3번 실패하고, 2번 성공했는데, 사업이 노력으로만 만들어지는 것으로 생각하나? 사업은 운칠기삼이야! 그렇게 죽을듯이 일을 할 필요도 없고, 천천히 길게 보고 일을 하는 걸 추천하네. 우리한테 묻기보단 알아서 결정하고 노력으로 성공이 만들어질 것이라 생각하지 말게."
이 말씀을 해주신 선배님은 제게, 벤처 1세대의 전설적인 대표님들의 삶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주셨습니다.
한 분은 엄청난 성공을 거두셨지만, 2번째로 시작한 사업이 완전히 실패하였습니다.
그리고 다른 한 분은 사업을 성공하시고 VC를 시작했지만, 펀드 하나도 제대로 수익을 내지 못 하고 오랜 시간 고생하시다가, 펀드를 겨우 청산하고 회사를 나왔습니다.
하나의 사업을 잘 키웠다고, 다른 사업을 잘 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고,
사업을 잘 한다고 투자를 잘 하는 것도 아니었으며,
사업을 실패했지만, 투자자로는 성공한 분들도 있었습니다.
게다가, 이런 사례들에는 발견할 수 있는 일정한 패턴들마저 없었습니다.
차라리 성공 사례는 운이 좋았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두바이에 출장을 갔던 시절, 저는 암호화폐 사업을 하는 남편을 둔 러시아인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이 러시아인 부부는 이미 돈이 넘쳐나게 많았는데,
남자의 사업은 마피아, 러시아 재벌들의 돈을 암호 화폐를 활용해 세탁해주고, 다양한 나라의 화폐로 환전을 해주는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갑자기 전쟁이 터졌고,
전쟁이 격화되면서, 이 사업은 엄청나게 커졌습니다.
지금은 이 사람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대다수의 사람들보다 편히 지내고 있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생각해보면, 옴니스랩스 주식회사도 운이 좋았던 회사로 생각됩니다.
분명, 회사가 망할 수 있던 시기를 운 좋게 넘겼고,
지금까지 회사가 유지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 예상했던 것처럼 사업이 편하게 흘러가진 않았고,
지금도 적은 리소스와 자본으로 매일 생기는 이슈들을 해결하는 것도 쉽지가 않습니다.
2023년 11월에 하던 고민은 생각보다 진지했습니다.
빚이 없는 폐업은 아주 많은 자유를 주고, 고통에서 해방시켜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빚더미에 앉은 회사를 몇 년 동안 경영해본 기억 때문에, 많은 망설임을 갖고 있었지만
이 회사와 제품을 계속 유지하기로 결정을 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업이란 것은 운이라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며,
하나의 사업을 안정시키고 키워나가는 것은,
거기다가 회사와 정부가 주로 사용하는 소프트웨어 사업을 한국에서 하는 것은
아주 어렵다는 것을 계속 느끼고 있습니다.
이렇게 힘들고 쉽지 않은 사업을 지금도 왜 하는지 저에게 묻는 분들이 있습니다.
회사를 퇴사했던 직원 중 한 명도 퇴사를 하면서 왜 이렇게 살고 있는지,
이렇게 힘든 사업을 왜 하고 있는지,
차라리 더 쉬운 아이템이나 사업 방식을 찾아보는 건 어떤지
질문하였지만 당시에 저는 그 답을 말하지 못하였습니다.
이걸 이해하는 데는 너무 많은 내용들을 설명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제야 이런 부분들을 하나씩 정리하면서,
왜 이 일을 하고 있는지 답을 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00세는 우습게 살아있어야 하는 시대에
어차피 죽는다면
몇 년 정도는 해보고 싶은 것, 해볼 수 있는 것,
그리고 도전적인 것, 그리고 말이 되고, 될 것 같은 것,
세상에 필요하고 쓸만한 것을 최선을 다해서 만들어보고,
그게 운이 따르지 않는다면 그 때 가서 접고,
남들이 하는 것, 내가 생각하기에 가치가 없지만 돈은 벌 수 있는 것
을 하려고 한다
고 말입니다.
그리고, 이를 비웃는 사람들에겐 이렇게 말해주면 될 것 같습니다.
"이런 멍청한 짓이라도 해볼 용기나 열정은 있으신지?"